기억의 조각을 예술로 수집하는 아트보이의 세계

ART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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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의 꿈, 데즈카 오사무의 우주. 2011년 겨울, 눈이 소복이 내리던 어느 날. 아트보이는 우연히 마주친 포스터 한 장에 이끌리듯 전시장을 찾았다. 제목은 「Dream of Tezuka Osamu – 아톰의 꿈」. 입장권을 손에 쥐자마자, 이미 아트보이는 만화책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을 했다. 아니, 그것은 착각이 아니라, 어릴 적 아트보이를 데려가 준 하나의 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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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시대, 예술의 시간. 어릴 적 우리는 종종 혼이 났다. “공부는 안 하고 또 만화야?” 그러나 그 만화 속에 담긴 꿈, 모험, 정의, 인간에 대한 고민, 우주에 대한 상상은 어쩌면 그 어떤 교과서보다 더 진지하게 우리를 성장시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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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는 그러한 만화의 모든 가능성을 증명한 인물이다. 그는 단지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예술과 철학을 담은 세계를 창조했다. 그리고 그는 하루 평균 3~4시간의 수면을 지키면서, 평생 15만 장의 원고를 그렸다. 700편이 넘는 만화, 6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그중에서도 1963년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인 《우주소년 아톰》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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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8개의 혁명. 일반적으로 초당 24프레임이 필요한 애니메이션을, 그는 8프레임으로 구현했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이자 경제적 현실 때문이었지만, 그것이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형이 되었다.한 장면, 한 장면의 정지화면처럼 보이는 연출은 오히려 이미지를 응시하게 만드는 철학적 호흡을 만들어냈고, 이는 세계 애니메이션 문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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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양의 월트 디즈니’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아트보이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월트 디즈니는 데즈카 오사무의 서양 버전이다.” 그만큼, 그는 동양 만화·애니메이션의 본질적 출발점이자 철학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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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습작노트, 작가의 흔적. 전시장의 중앙에는 《리본의 기사》와 《정글대제》의 원화들이 걸려 있었다. 색이 바랜 연필선, 종이의 질감, 작가의 지문과도 같은 수정 흔적들. 그것을 보는 순간, 아트보이는 어느 장면도 ‘우연히 그려진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아이의 눈에 보이던 것은 ‘캐릭터’였지만, 지금의 아트보이는 그 안에서 예술가의 땀, 숨결, 그리고 고뇌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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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리본의 기사》의 스토리는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남장 여자가 주인공인 이 이야기에는 성별, 권력, 자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전시된 습작노트 속에는 장면 구성의 실험, 캐릭터 간의 거리감 조절, 시선의 흐름을 고민한 흔적이 빼곡했다. 한 컷의 결정은 한 장의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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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 SHOP에서 만난 예술. 전시 마지막 공간은 GIFT SHOP이었다. 아트보이는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아톰이 그려진 노트, 아톰 피규어, 붓펜 세트, 리본의 기사 엽서 등, 그것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었다. 그는 ‘캐릭터 산업’이 아닌, ‘작품의 확장’을 이끌었다. 그의 작품이 ‘만화’라는 말로만 불릴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 철학, 시각 예술, 서사 구조, 사회 비판의 언어가 동시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제9의 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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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전시와 함께 열린 국제만화예술축제에서는 백성민, 프레데릭 백, 아키야마 다카시 등 여러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대중 예술’과 ‘미술적 탐구’를 함께하는 자세였다. 아트보이는 그 안에서 이 질문을 떠올렸다. “만화는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지금의 대답은 분명하다. 이미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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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많은 이들이 만화를 소비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안에 담긴 예술성을, 철학을,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까. 아톰의 눈동자, 그리고 아트보이의 예감. 전시장을 떠나며, 아트보이는 문득 아톰의 커다란 눈을 떠올렸다. 그 눈동자엔 ‘희망’이 있었다. 기계로 태어났지만 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존재. 그 아톰이 품고 있는 꿈은, 데즈카 오사무가 아트보이에게 건네는 작고도 거대한 질문이었다. “늘 갈망하고, 바보처럼 도전하라.” 만화책 속에서 시작된 꿈은 지금,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그리고 그 우주에서, 아트보이는 여전히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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