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뒤에 희미하게 가려진 태양을 바라보며 거리와 건물의 벽을 따라 예술촉감 발자취를 걸음수 형태로 바꿔 나갔다. 군데군데 건물 벽에 새겨진 스트릿 아트가 눈에 띄었고, 어느 것이나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 아니었다. 온전히 보존된 유명 작가의 스트릿 아트 작품도 더러 볼 수 있었다.
생명력 넘치는 뉴욕 예술 거리는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어느 시점 뉴욕 도시에서 살면서 온통 예술촉감에 뒤덮여 있는 아트보이에게 까지 제대로 예술 일거수일투족을 빈틈없이 선사해주었다.
그 예술촉감이 아트보이 피부로 느껴졌다. 어쨌거나 어느 때처럼 아트보이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술촉감을 만나기 위하여 갤러리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예술은 힘을 모아 조용하고 과묵하게 살아가며 아트보이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이렇다 할 장애물 없이 갤러리에 도착하여 예술 작품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통로 길에 들어선다. 그리고 예술촉감을 찾아 계속 이동했다.
때로 예술촉감이 아트보이의 피부를 훑고 가면 예술 작품에 대한 소리를 냈다. 매일 예술 작업을 만들어 가고, 관찰하면서 아트보이 예술 시도만이 가진 작품 세계관의 소리를 알아볼 수 있도록 소리를 건넸다.
더욱이 예술촉감은 그런 아트보이 반응에 오히려 재미있어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조금씩 서로 간의 존재가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조용히 작품을 응시했다. 이윽고 작품에서 빠져나와 다시 예술촉감을 느낀다. 늘 같은 만남과 느낌이지만 아트보이에게는 거짓말처럼 새롭다.
아트보이가 느끼는 예술촉감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고 고뇌하는 나날도 깊어간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예술촉감은 사람이 쉽게 느낄 수 있는 어떠한 그런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예술세계가 있기도 하지. 아트보이 안에도 있고, 당신 안에도 있지. 그럼에도 역시, 쉽게 느낄 수 없는 예술촉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 태반이 예술을 모른 채로 인생을 보낸다. 그것을 이해하겠니? 만약 어느 순간 예술촉감을 느끼게 된다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해. 일단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면 말야. 아트보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소리 없는 이야기는 갤러리 공간의 침묵을 메웠다. 아트보이는 조금이라도 예술촉감을 느끼려고 애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작품으로 담겨 뜻하는 예술촉감을 품을 수 있도록 말이다. 예술촉감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으로서는 아마 예술촉감을 품을 수 있는 후폭풍 같은 게 올지도 모르지. 오 분에서 십분, 아트보이는 예술촉감의 말을 듣고 작품을 응시하면서 말없이 후폭풍을 기다린다. 작업 책상에 앉아서 예술 영감을 붙들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작품 탄생에 대비하는 사람처럼. 예술촉감은 아트보이 몸으로 천천히 오르내린다. 그것은 마치 예술촉감이 아트보이를 품으려 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몇 가지 소소한 현실적 작업 움직임에 대한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트보이는 가라앉을 수 없는 예술촉감이 스며드는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아트보이는 말한다. 아주 자주는 아니고, 가끔 그럴 때면 항상 예술촉감은 온몸으로 스며 들어온다. 심하면 며칠씩 그러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 일 것이다. 하지만 아트보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해해. 그렇게 예술촉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커다란 덮개 같은 게 머리 위를 뒤덮고 몸을 집어삼키고 있는 거라면 마음이 딱딱히 굳어져 있고, 눈도 정확히 볼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 있을 거야. 언제 닥쳐오고 어느 순간 예술촉감이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그냥 순수하게 온몸으로 받아 주었으면 해. 예술촉감은 미소 짓는다.
아트보이 얘기에 공감이라도 하는 것처럼. 맞아. 아닌 게 아니라 불편하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듣고 보니 그렇네. 아트보이와 예술촉감은 서로에게 작게 고갯짓을 한다. 그러니까 마음속의 끈이 엉망진창으로 엉키고 굳어서 풀 수 없는 거야.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 단단하게 뭉쳐지는 거지. 전혀 손을 못 댈 정도로 딱딱하게. 아트보이는 그럴 때가 없었어? 아트보이는 그런 경험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자 예술촉감은 작게 얘기한다. 난 아트보이의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 커다란 덮개를 뒤덮고 있지 않은 것과 마음과 몸이 엉키지 않은 면을 그리고 분석이나 충고 따위 하지 않고 말없이 예술촉감을 지지해 주는 면을 아트보이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건 예술촉감의 능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도 괜찮다면, 아무 말 없이 그저 예술촉감을 느끼고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