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정기 작가와 함께하는 스트릿 아트의 정수, 현대미술로 확장된 Codes of Street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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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s of Street〉: 거리의 코드, 예술의 언어, 거리에서 시작된 문화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언제부터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을까. 마스터 브릿지 갤러리가 선보이는 현대미술 전시 〈Codes of Street | Culture & Art〉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 기획전이다. 스트릿 문화, 그 다채롭고 정체성 짙은 코드들이 ‘일시적 유행’이라는 오해를 넘어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장르 구분을 넘는 감각의 충돌이자 철학의 진화이다. 스트릿 문화는 힙합이라는 거대한 줄기 속에서 발생했고, 힙합은 도시의 벽과 길 위에서 자라났다.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흑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등장한 스트릿 문화는 디제이(DJ), 엠씨(MC), 그래피티(Graffiti), 브레이킹(Breaking Dance)이라는 네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삼으며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것은 억압과 단절, 차별과 빈곤 속에서 태어난 저항이자 자긍심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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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단어는 어쩌면 너무 점잖다. 스트릿 컬처는 살아있는 유기체였고, 끓어오르는 에너지였다. 자본이 아닌 생존에서 비롯되었고, 권위가 아닌 존재의 증명에서 태동했다. 거리의 아이들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시를 읊었으며, 음악을 틀었고, 바닥에 몸을 던져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었다. 그러한 창작은 단순히 ‘예술’이라 불리기엔 너무 직접적이고, 날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스트릿 문화는 명백히 ‘예술’이다. 그것은 단지 주류로 편입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거리에서 길어 올린 그 감각들이 동시대 미술, 음악, 패션, 영화, 광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견인하는 새로운 미학의 뿌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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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s of Street〉 전시는 바로 그 ‘미학의 뿌리’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은 거리의 문화가 단지 시각적 현상이나 유행적 코드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언어 체계이자 예술적 문법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코드(Codes)’라는 단어는 철학적이고 기술적인 함의를 동시에 지닌다. 거리의 언어는 분명 명확한 규범을 갖고 있으며, 특정한 기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기호들을 예술의 언어로 해독해 나가는 시도이다. 전시 참여 작가는 총 10인. 그 중심에는 세계적으로 존경받았던 드로잉 아티스트, 고(故) 김정기 작가가 있다. 김정기 작가는 말이 필요 없는, 독보적인 존재다. 즉흥 드로잉이라는 경지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마치 손 끝에 기억과 감정, 역사와 우주가 연결된 듯한 선을 그려냈다. 그의 작업은 스트릿의 자유로움과 현대미술의 긴장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고인의 예술적 정신을 기리는 동시에, 그가 간직한 ‘거리적 감각’을 다른 작가들의 시선으로 확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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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참여한 데칼(DEKAL) 작가는 실크스크린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시각 언어를 통해 도시적 정체성과 상징을 회화적으로 번역해 왔다. 그에게 있어 티셔츠와 캔버스는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거리의 감각을 담는 도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또 다른 작가 미스터 신(MR.$HIN)은 스트릿 댄스와 시각 예술을 넘나드는 복합장르의 예술가로, ‘밈(MEME)’ 시리즈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정체성과 사회적 코드의 흐름을 시각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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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과자, 황대환(D2), 왕지원, 08AM 등의 참여 작가들 또한 각기 다른 매체와 스타일로 스트릿 문화의 기호를 해석해 낸다. 그들의 작업은 화려하거나 장식적이지 않다. 오히려 날카롭고 솔직하며, 때론 유쾌하게 시대를 비튼다. 특히 Superani 소속의 박재광, 김동호 작가와 유니크랩은 김정기 작가의 유산을 공유하며, 그 철학을 새로운 형식으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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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es of Street〉의 미학적 성취는 이러한 작가들의 개성과 태도가 단순히 스트릿 문화를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구조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들은 스트릿 문화의 표피가 아닌 심층에 다가가려 한다. 그 심층은 사회적 정체성, 집단 기억, 젠더, 계급, 디지털화된 자아 같은 문제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번 전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스트릿 문화가 더 이상 ‘하위문화’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그것은 어느새 대중문화로, 더 나아가 예술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KAWS, OBEY, Banksy 같은 작가들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류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 명백한 증거다. 이들이 작업을 시작할 당시 거리에서 낙서로 취급받던 작업들이 지금은 수백억 원의 가치를 지닌 미술 작품으로 컬렉팅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문화가 단순히 유행이나 하위성이 아닌, 삶의 정체성과 예술적 가치의 총체임을 증명한다. 한국 미술계는 그동안 스트릿 문화에 대해 일종의 ‘거리감’을 유지해 왔다. 그것은 익숙하지 않거나, 진지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Codes of Street〉는 바로 그 거리감을 없애고자 한다. 전시는 미술과 스트릿, 전통과 대중, 철학과 패션, 사회적 의식과 예술적 형식을 뒤섞는다. 그것은 어떤 절충이 아니라, 가장 현대적인 예술의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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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정기 작가에 대한 헌정 참여 역시 중요한 맥락이다. 이 전시는 그가 남긴 작업 세계에 대한 존경이자, 그것을 이어 나가는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응원이다. 동시에 스트릿 예술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떤 감각과 사유를 놓치고 있었는지,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예술은 항상 길 위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캔버스이든, 벽이든, 티셔츠이든, 혹은 몸이든. 이번 〈Codes of Street〉 전시는 거리에서 태어난 예술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낡은 예술의 틀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단지 하나의 전시가 아니라, 앞으로의 한국 현대미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제안이기도 하다. 스트릿 문화는 더 이상 ‘어디서 왔는가’보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말하는 문화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금 이곳, 〈Codes of Street〉에서부터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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