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세계는 한 편의 꿈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이 되었다

ART BOY®
By -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썸네일 배너

팀 버튼, 어둠 속에서 피어난 상상력.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난, ‘괴짜 예술가’의 은밀한 세계. 소년은 ‘가위손’과 함께 자랐다. 아트보이에게 팀 버튼은 단지 유명한 감독이 아니었다. 그는 소년의 밤을 기이한 상상으로 가득 채워준 연금술사였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이름. 그러나 처음 그의 영화를 만났을 땐 그 기괴함이 너무도 생소했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보이는 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계기는 바로,《가위손》이었다. 손 대신 날카로운 가위를 가진 외로운 존재. 사랑을 갈망하지만 상처만 남기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어린 아트보이에게 “다르다는 것은 상처이자 예술”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줬다.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서울, 팀 버튼이 나타나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뒤, 서울시립미술관 한복판에 팀 버튼의 우주가 떨어졌다. 전시장은 마치 그의 머릿속처럼 구조화되어 있었다. 스케치북에서 튀어나온 듯한 괴물들, 반쯤 완성된 인형과 기묘한 색채의 드로잉들. 그것은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꿈의 설계’였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작고 낡은 종이에 그려진 캐릭터 하나. 알고 보니 그가 어릴 적 만든 습작 중 하나였다. 그 그림이 훗날《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잭 스켈링턴이 된다. 그의 상상은 자라서 작품이 되었고, 그 작품은 다시 아트보이에게 꿈을 심었다.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괴기, 동화 그리고 팀 버튼만의 정체성. 팀 버튼은 늘 경계 위에 서 있다. 그의 영화는 동화 같지만 잔혹하고,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아이가 이해해도 좋다. 그의 배트맨이 보여준 세계는, 어두운 고담시의 이면을 통해 영웅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 동화적 철학이었다. 기억하자. 그의 1989년작《배트맨》은 단지 영화가 아닌, 컬렉터 문화의 전환점을 만든 문화 아이콘이었다. 단순한 아동용 캐릭터였던 배트맨이 어른들을 위한 상징이 된 것. 바로 그 지점에 팀 버튼이 있었다.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애니메이터로 시작한 감독. 놀랍게도 그는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디즈니에서《여우와 사냥꾼》의 캐릭터를 그리던 시절, 그는 이미 ‘디즈니스럽지 않은’ 디자이너였다. 너무 기묘하고 너무 어두워서 회사에서 그의 드로잉은 자주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이함이, 바로 팀 버튼만의 유일무이한 무기가 된다.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손글씨. 전시장에는 영화에 사용된 실제 오브제뿐 아니라 그의 자필 메모와 드로잉 습작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내 손이 이렇게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낙서 옆에는, 가위손 에드워드의 손 스케치가 붙어 있었다. 마치 무대 뒤를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의 아름다움. 팀 버튼의 예술은 완벽한 캐릭터 이전에, “왜 이런 생각을 했는가”에 대한 고백에 가까웠다. 피규어로 재탄생한 캐릭터. 그의 영화는 수많은 피규어 컬렉션의 원형이 되었다.《배트맨》,《가위손》,《유령 신부》,《크리스마스의 악몽》등 그의 상상력은 액션 피규어 문화에도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성인들이 그의 영화를 보고, 장난감이 아닌 ‘작품’으로 피규어를 수집하기 시작한 계기. 그 중심에 팀 버튼이 있다. 그는 영화감독이자 예술가이고, 동시에 우리 삶의 컬렉터블한 감정을 자극한 문화 큐레이터였다. 그가 말하는 실패와 노력. 그의 말이 떠오른다. “열심히 했는데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건 그 노력이 잘못된 게 아니라, 아직 더 해야 할 노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은 그가 만든 영화 속 캐릭터 모두에게 해당된다. 괴물 같은 외모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지닌 이들, 세상에 적응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절대 멈추지 않았다. 괴짜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팀 버튼은 말 없는 위로를 전해준다. “조금 이상해도 괜찮아.” “다르게 보여도, 괴상해 보여도, 너는 너니까.” 전시를 빠져나오는 순간, 마치 그가 아트보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괜찮아. 그렇게 괴짜처럼 살아도."

아트보이 팀 버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