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라우, 피규어의 해체에서 예술을 보다. AR+OY展에서 만난 스트릿 아트의 새로운 위상. 토이인가 예술인가, 아니면 그 중간 어딘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열린 마이클 라우 AR+OY 展은 단순한 아트토이 쇼케이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피규어라는 상징적 몸체를 해체해 예술로 다시 조립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지금껏 피규어는 대개 수집 대상 혹은 팬 컬처의 결과물로 소비되어왔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마이클 라우는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장난감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나를 만들고 있다.”
Michael Lau, 스트릿 아트의 조각가 1999년, "Gardener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마이클 라우는 홍콩 스트릿 컬처의 DNA를 품은 첫 세대 디자이너였다. 그래피티, 힙합, 스케이트보드, 농구. 그는 1990년대 홍콩의 거리에서 살아 움직이던 감각들을, 12인치 피규어라는 틀 안에 예술적으로 밀어넣었다. 그것은 단순한 완구가 아니라 삶의 파편들로 재구성된 조각들이었다. 작품은 진열장 속에 갇히기보다, 오히려 거리의 먼지를 품고 그곳에서 살아남기를 원했다.
AR+OY, 새로운 언어를 조립하다. AR+OY라는 타이틀은 'Art'와 'Toy'의 합성어가 아니다. 그보다는 ‘해체’(Articulation)와 ‘즐거움’(Joy)의 혼성에 가깝다. 그가 보여주는 해체는 단순한 분해가 아니라 미적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해방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한 작품 중 하나는 팔과 다리가 분리되어 진열된 피규어 바디 파트였다. 그 자체로 완성되지 않은 것들이, 오히려 ‘아직 남겨진 의미’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피규어가 아니라, 피규어로부터 나온 조형 언어를 보여주고 싶다.” 이 말은 마치 팝아트 이후 예술가들이 예술과 대중의 경계를 지우고자 했던 그 작업들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전장의 유령, 불행으로부터 예술을 추출하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종종 전쟁과 파괴, 사회적 재난의 이미지가 내재되어 있다. 깨진 눈, 무너진 표면, 일부러 벗겨낸 페인트.
그러나 그는 말한다. “저주와 불행이 제거된 찬연한 빛을 발췌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징적 치유다.” 피규어라는 외형 속에 감춰진 인간의 내면, 그 안에 도사린 자본, 규율, 폭력, 그리고 해방. 그는 그것들을 아무 말 없이 피규어의 자세, 눈빛, 균형 속에 숨겨놓았다.
스트릿 문화는 그의 박물관이다. 마이클 라우의 작업은 늘 거리에서 출발한다. 상업 갤러리도, 박물관도 아닌, 그래피티 벽, 농구 골대, 헌 스니커즈, 버려진 캡모자가 그에게는 가장 훌륭한 창작의 소재다. 그의 피규어는 스케이터처럼 굴절되어 있고, DJ처럼 사운드의 충격을 품고 있으며, 슬리퍼처럼 자유롭고 느슨하다.
이러한 감각은 단지 시각적인 스타일링에 그치지 않고,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수직적 세계관”을 만든다. 피규어 하나하나가 서로를 향해 수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룬다. 미술과 상업의 경계에 선 남자. 마이클 라우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미술가”라고 한 적이 없다. 그는 “자기 자신을 만드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했고, 나이키, 루이비통, 메디콤토이, 루카스필름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결코 단순한 디자인이나 브랜딩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업예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피규어를 통해 몸과 정체성을 묻다. 그의 피규어들은 인간의 몸을 닮았지만 결코 인간이 아니다. 인간처럼 움직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자유를 갖고 있다.
관절이 해체되고 분리되고 재조합되면서, 정체성도 유동적으로 변형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적인 조형 언어다. 인간의 육체, 감정, 제스처를 다른 차원으로 번역해내는 실험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마이클 라우를 만나는 일.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한국이라는 도시의 문화적 맥락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이질적이고도 친숙한 그의 피규어들이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의 공기 속에서 어떤 변주를 만들어낼지 궁금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는 DIY 피규어 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 피규어들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완전했다. 우리는 해체된 상태로 살아가며, 그 조각들을 다시 조립해 나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