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보이는 뉴욕 거리 어느 카페에 앉아 왠지 신기한 기분이 든다. 도시 속에 아름답게 어우러진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 디자인의 조화로움은 또 다른 뉴욕 시간과 공간을 상상케 하기 때문이다.
시곗바늘이 달려 있는 시계탑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며 살짝 거리와 시간을 생각한다. 대략적인 시간을 생각하며 드넓은 빌딩 숲과 도시 안으로 흘러가는 그림자처럼 아트보이는 갤러리 방향으로 가만히 미소를 짓는다.
네가 뉴욕 도시를 찾아올 수 있다면 미국의 팝 아트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 앤디워홀과 키스해링의 전시회를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곳에서 잠시라도 주저하지 말고 진짜를 만나 보아라. 아트보이는 말한다.
갤러리 입구에 도착한 아트보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무거운 철문이 낮게 삐걱이며 안쪽으로 열리자 그곳에 있는 키스해링의 오랜 전 탄생한 작품들을 맞닿드린다.
쥐 죽은 듯 고요한 갤러리 공간 안에서 변함없이 작게 떨리는 아트보이 가슴은 키스해링의 예술색이 나부끼는 새롭게 접하는 작품 세계를 만나면서 바로 깊게 빠지게 된다.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어떠한 방향으로 예술을 응시하며 작품 세계관에 몰두할 수 있었을까? 벽을 따라 세워진 키스해링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술울림은 잠시 동안 주문에 걸리게 하듯이 아트보이의 정신을 지배한다.
조용한 정적으로 가득 채워진 갤러리 공간은 잠시동안 작은 강도를 지닌 아트보이의 예술적 영감으로 흐른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예술 결정체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에 뉴욕 예술 시장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적지 않은 아트보이의 작가 활동들은 예술 영감 싹을 틔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격렬한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성장 과정을 갖는다. 예술과 아트보이는 둘이서 보내는 시간만으로 만족하기에 다른 무언가를 곁들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예술은 조건 없이 아트보이를 반겨준다.
거기서 딱히 무슨 말을 들은 것도 아닌데 차츰 예술의 이야기에 물끄러미 귀를 갖다 댄다. 오래된 예술 이야기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이야기까지 하나씩 꺼내 들려주는 것처럼 띄엄띄엄 키스해링 작품의 이야기도 조각내어 들려준다. 그래서 쓸데없이 토 달지 않고 감사히 작품을 감상한다. 신중히 선택한 키스해링 작품 전시회의 중요한 비밀 몇 가지를 접하면서 그 예술적 성숙한 조화에 아트보이는 마음이 끌린다.
아트보이는 말없이 예술도 모르게 묻고 만다. 무익한 질문인 줄 알면서도 예술에 동요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작품 속에서 만나는 예술 세계란 현실세계에서 간단히 잊히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예술은 아트보이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주는 귀중한 마음의 수원 같은 것이다.
좋아, 해볼게. 아트보이는 말한다. 아직은 예술 속에서 예술을 이끌어내기가 힘들고, 그 안에서 들리는 언어는 흐릿하지만, 어떤 형태로건 아트보이 안에 있는 예술세계를 꺼내어 보이리라.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예술적 영감과 지식을 얻기 위해 몇몇 작가들은 갤러리를 찾았으리라. 거기에 각자 꿈틀대는 창의적인 중얼거림과 불확실한 생각도 견해의 입장차이로 굳건하게 나뉜다. 뉴욕 도시 속에 무수히 놓인 예술작품들도 긴 세월 필름을 재생해 놓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마주해 왔다. 예술 세계에 완전한 것이란 없다. 아트보이의 생각과 예술 세계관에서는 그렇다. 어찌 됐건 예술은 어렵다. 희귀한 생명을 만날 때처럼 말이다. 키스해링 작품도 이토록 세세히 시그니처를 정해서 작업에 탄생시켜 담아 온 것을 보면, 그도 아마 그러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이,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이윽고 걸맞은 시그니처를 담아서, 작품 속에 해야 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러한 작품 역량이 자리를 잡아 껍질 밖으로 나갈 때가 오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철저히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과 고민을 가지는 이도 있겠지. 그렇다. 예술은 큰맘 먹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랬을 때 보잘것없는 박스 위에 작품을 새겨 넣어도, 거리 벽에 작품을 새겨 넣어도,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의 완성도가 깊은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사실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다. 예술에 닿는 사람들의 눈길도 각자 고유의 해석과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술에는 단 하나의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 뉴욕 도시에서 아트보이는 예술로 태어난다. 그리고 뉴욕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켜 마시며 알맞은 예술 확장과 강력한 예술 역량 표현을 고민한다. 그것이 무척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행위인 것처럼. 걱정할 것 없어. 그쪽도 예술생활에 차츰 익숙해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