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이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는 방식, 강형구 개인전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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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본다고 하지만, 실은 내가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 강형구의 인물화가 던지는 시선의 힘. 그림 속 인물이 아트보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익숙한 방식의 관람이 깨진다. 이 그림 앞에서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일방적 행위가 아니다.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열린 강형구 개인전 《I See You》"는 그런 시선의 교환, 그 한복판에 우리를 세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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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포 작가’에서 경매 작가로, 한때 그는 ‘팔포(팔기를 포기한) 작가’였다. 인물화는 팔리지 않는다. 한국 미술 시장에서 인물화를 그리는 일은 거의 자포자기의 행위였다. 하지만 강형구는 묵묵히 그려나갔다. 유명인을 그리되, 시대와 상징을 담아. 그는 자기 그림을 흉내 내지 않기 위해, 화풍을 늦게 찾아오는 것을 도리어 축복이라 여겼다. 그리고 쉰셋에 첫 작품이 팔리기 시작해, 이제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 단골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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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을 응시하는 자화상 — 시대의 얼굴들. 이번 전시에는 최근 3년간 작업한 200호 대작 10여 점이 걸렸다. 특히 그의 자화상과 고흐, 마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정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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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은 관객을 향해 있다. 마치 작품을 보는 우리가 아니라, 작품 속 인물이 우리를 감시하는 듯한 전도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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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법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그는 얼굴을 그리되, 그 얼굴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내면의 감정, 그리고 살아온 시간의 굴곡까지 그려낸다. 그래서 마더 테레사를 그릴 땐 손 주름을 70%나 차지하게 배치한다. 손이 인물의 삶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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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화라는 고집, 한국에서 드물기에 더욱 고귀한 한국에서 인물화는 팔리지 않는다. 특히 낯선 이의 얼굴을 집 안에 들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야한 인물화가 아닌, 진지한 인물화로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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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화풍을 연예인의 상품화된 얼굴이 아닌, 상징성 있는 인물로부터 끌어왔다. 그래서 아무리 요청이 와도 그는 연예인을 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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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에는 모든 인물의 ‘존재감’이 담겨 있다. 그 존재의 깊이가 색과 밀도로 표현되며, 실존적 감각이 진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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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림을 통해 시대를, 감정을 본다. 강형구의 그림은 기술의 문제도, 스타일의 변주도 아니다. 그는 "기법보다는 색감과 분위기, 그 사람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얼굴’이라는 소재 안에 감정과 기억, 역사, 시대와 윤리를 새겨넣는 작가, 그것이 바로 강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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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그의 인물들 앞에서 마주 선다. ‘내가 당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보고 있다’는 감각. 그 응시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초상이라는 껍데기를 벗겨내고, 내 안의 자화상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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