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프트베르크의 사운드는 도시의 전기신호이자, 현대인의 철학적 방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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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베르크의 3D 유토피아, 기계와 인간 사이에서 흐르는 비트의 철학.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0, KRAFTWERK 내한 공연. 모든 혁신은 ‘소리’에서 시작된다. 음악의 미래는 독일에서 시작되었다.그리고 그 중심엔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있었다. 1970년대 초, 뒤셀도르프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이 사인조 전자 음악 그룹은 기계음을 음악의 중심으로 끌어들였고, 그 리듬에 인간의 의식을 접속시키는 사운드 혁명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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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전자악기, 드럼머신, 보코더를 통해 인간의 목소리를 재조립했으며 테크노, 하우스, 일렉트로닉, 심지어 힙합과 팝까지 영향을 끼쳤다. 크라프트베르크 없이 오늘날의 전자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 아트와 결합된 무대, 시청각의 미래. 크라프트베르크는 단순한 음악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언제나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무대를 창조해 왔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2012)과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2013)에서 열린 공연은 하나의 시청각 전시이자, 살아있는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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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대는 일종의 ‘데이터화된 유토피아’에 가깝다. 공연장 전면을 채운 3D 프로젝션은 음악의 파형에 따라 공간을 재구성하며, 관객은 붉은 안경을 착용하고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환상 공간에 입장하게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인간과 기계, 실체와 가상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음악은 ‘경험’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드디어 접속되다. 2013년,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10을 통해 크라프트베르크의 내한공연이 실현되었다. 한국 공연 역사상 최초의 3D 라이브 일렉트로닉 퍼포먼스. 장소는 야외에 마련된 공연장홀. 그곳에 들어선 순간, 관객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시스템 안으로 흡수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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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bots’, ‘Autobahn’, ‘Trans-Europe Express’, ‘Radioactivity’ 등 대표곡들이 새롭게 믹스된 리듬으로 등장했고, 3D 영상은 공상과학적 미래 도시, 네온 파동, 디지털 해체의 이미지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 무대 위에 서 있는 멤버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지 않은 자세로, 마치 기계 그 자체로 완성된 존재처럼 정지해 있었다. 디지털 문명의 철학적 질문. 크라프트베르크의 공연은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는다. 그들은 기술문명이 야기한 새로운 인간 조건을 음악과 시각언어로 질문한다. “우리는 기계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이다.” 이 철학적 메시지는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라는 전례 없는 음악적 화두를 만들어 냈고, 21세기의 음악은 그들 이후로 ‘기계와의 협업’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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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상영된 3D 비주얼은 마치 한 편의 철학 애니메이션 같았고, 도시, 속도, 전자신호, 인류의 발명품들이 파노라마처럼 흐르며 기술문명이 인간 감각을 어떻게 조작하고 감동시키는지를 실감케 했다. 음악과 아트워크의 완전한 일치. 크라프트베르크는 언제나 디자인, 사운드, 메시지를 삼위일체로 구성해왔다. 앨범 커버, 무대 위 복장, 폰트, 색감, 타이포그래피 등 모든 요소가 한 편의 시각 디자인처럼 정리되어 있다. 이는 시각디자이너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Ralf Hütter'와 'Florian Schneider'의 철저한 콘셉트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무대 위 LED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배경 영상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의 시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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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운드와 이미지, 퍼포먼스가 ‘완성된 인터페이스’로 조율된 이 무대는 음악과 현대미술, 디자인이 만나는 전위적 사례로 남게 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이 공연의 마지막 메시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인용된 다음의 문장이었다. “Der Mensch irrt, solang er strebt.”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이 문장은 기계처럼 정돈된 공연 속에서 유일하게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를 긍정하는 선언처럼 울려 퍼졌다. 크라프트베르크는 기술을 찬양하는 것도, 비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기계와 인간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자화상을 사운드와 빛으로 조형해낸다. 그것은 현대 예술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이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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