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 만일 찾을 수 없다면 다시 한 번 보라.” KAWS. 2012년 5월. 햇빛이 부서지는 바다의 여운 속, 아트보이는 홍콩 KAWS의 전시 《The Nature of Need》가 열리고 있는 공간에 도착했다. 공기 중에는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이 떠다니고 있었다. 작품인가, 감정인가, 혹은 상상의 잔재들인가. 전시장을 가득 채운 거대한 캔버스들. 무채색과 팝컬러가 기묘하게 공존하며 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색은 단순히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가 아니라, 시간을 품은 감정의 층위로 느껴졌다. 선과 색의 사유, KAWS의 캔버스. KAWS, 본명 브라이언 도넬리. 그래피티의 거리에서부터 시작해 패션, 토이, 순수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시선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단순한 팝의 상징성을 넘어, 색의 움직임을 통해 개인의 감정과 세계의 틈새를 조율한다. 선은 반복되며 진동한다. 색은 서로 겹쳐지며 틈을 남긴다. 이미지들은 '덩그러니' 놓여 있음에도,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의 작품들은 벽에 고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벽을 뚫고 아트보이와 관객의 시선 안으로, 그리고 그들의 기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바다와 색의 공명. 이번 전시 공간은 바다가 보이는 구조였다. 탁 트인 시선 끝에 잔잔한 물결. 햇살은 천천히 움직이고, 그것은 곧 캔버스 위의 컬러 변화와 겹쳐진다. 그림을 바라본다기보다, 색의 흐름 속에 잠긴다. 바닷물이 무릎 아래를 간질이듯, 감정이 서서히 밀려온다.
작품은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관객 스스로가 해석하고 유추하고 연결한다.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대화. 전시장에는 KAWS의 작품들 외에도 MURAKAMI TAKASHI의 작품과 아트상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었다. 그의 이미지는 언제나 익숙하다. 형형색색의 꽃, 웃고 있는 얼굴, 기묘한 캐릭터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감각의 경계를 해체하며, 공간 전체를 부유한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작업은 전통 회화의 맥락과 상업적 감각을 동시에 관통한다.
Andy Warhol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그가 그려낸 세계는 앤디워홀의 반복보다도 더 깊은 ‘문화 코드’와 ‘일본의 미적 전통’이 녹아 있다. 어느 순간, 아트보이는 느꼈다. KAWS의 선이 만들어낸 공간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색이 만든 세계는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유영하고 있었다.
예술의 형태, 디자인의 물성. 한켠에는 Pharrell Williams가 디자인한 Perspective Chair와 Tank Chair가 전시되어 있었다. 의자라는 기능적 물체에 플렉시글라스의 투명성과 조형적 발상이 겹쳐지며 그것은 하나의 ‘앉을 수 있는 조각’처럼 보였다. 음악가와 디자이너, 그리고 예술가. 그들의 경계는 이 전시 안에서는 의미가 없다. 모두가 같은 파동 속에 있다. 빛의 끝, 색의 감정. 전시장을 나서는 순간, 하늘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아트보이는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몇 줄기 햇살이 다른 구름에 비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서쪽으로 기운 해가 금색의 광선으로 젖은 보도와 나무들을 물들였다. 초록은 더 짙어지고, 공기는 감각의 결정처럼 맑아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 아니었다. 그것을 본 아트보이 마음의 상태, 그리고 아트보이만의 감정 파동이었다.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