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예술, 붉은 생명력 – Alexander Calder 리움전에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전》은 아트보이에게 있어 ‘예술적 충돌’이자 ‘움직이는 철학’ 그 자체였다. 칼더의 모빌(mobile) 앞에서 아트보이는 잠시 멈춰 선 채, 시선이 아닌 의식으로 작품을 바라보았다. 모빌은 바람의 방향, 사람의 움직임, 공간의 숨결에 따라 형체를 바꾸고 흔들리며,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체현한다.
알렉산더 칼더는 원래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그의 예술은 예술가의 창의성과 공학자의 정밀성이 결합된 보기 드문 결실이다. 이번 리움 전시는 그가 처음 예술에 눈뜨게 된 어린 시절부터, 파리에서의 전환기, 피에트 몬드리안과의 조우, 그리고 모빌과 스태빌의 창안까지, 칼더 예술 세계의 전모를 꿰뚫고 있다. 전시 초입, 블랙박스 공간에서 선보이는 1920~30년대의 철사 조각은 마치 공중에 걸린 선 하나로 사유를 조각하는 듯하다. 철사를 통해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미세한 공기 진동까지 조형해내는 듯 섬세하다.
그러나 진정한 전시는, 모빌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미세한 진동에도 반응하며 천장에 매달린 조각들은 예술이란 고정된 것이 아닌 '움직임의 상태'에 있다는 철학을 전한다. 칼더의 작품은 정지된 시간 안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기 안에 존재한다.
모빌은 그의 철학이 응축된 기호이기도 하다. 그는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이 아닌, 우주적 조화와 균형을 표현하고자 했다. 붉은 색은 그 움직임의 정점에 놓인다. 칼더는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단순한 색채 선호를 넘어 생명에 대한 감각, 창조적 에너지에 대한 찬가였다. 이번 전시에서 놀라운 점은 조각뿐 아니라 칼더가 디자인한 장신구들이다. 철사를 구부려 만든 귀걸이, 브로치, 목걸이 등은 ‘움직임의 조각’이라는 개념을 일상 속에 적용한 아름다운 시도였다. 그는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모빌’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의 외손자는 “칼더는 반복과 대칭을 혐오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완벽한 좌우대칭의 정적 미학이 아닌, 불균형 속 조화를 추구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빌을 보고 있노라면, 내면의 감정도 함께 흔들린다. 완벽하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균형을 향한 끊임없는 시도. 그건 어쩌면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칼더는 어린 시절 호주머니 속에 철사와 끈을 가득 넣고 다니던 소년이었다. 그가 주운 ‘잡동사니’는 훗날 세상의 미술관과 도시 광장을 물들이는 예술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서울 리움에서 아트보이는 그 소년의 눈으로 예술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알렉산더 칼더가 말한 것처럼 “지루한 것을 혐오하며”,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그런 창조적 에너지로 예술을 향유해야 한다. 그의 모빌처럼, 우리 삶도 바람에 흔들리되 결코 무너지지 않는 유연한 조형이기를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