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9일부터 12월 25일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열린 Mr.(미스터)의 한국 첫 개인전. 전시장에 발을 딛는 순간 느껴지는 공기는 일반적인 현대미술 전시와는 다르다. 팝아트적 색채와 애니메이션의 선명한 캐릭터 스타일이 결합된 시각적 충격,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문화적 층위. 이 전시는 단순한 시각 자극이 아니라 현대 일본 사회의 초상, 오타쿠 문화의 내면 풍경에 대한 집요한 탐색이다.
Mr.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 롤리타 콤플렉스를 핵심 주제로 삼는다. 그의 작품은 미성숙한 소녀 캐릭터를 통해 사회적 욕망, 정체성, 순수에 대한 환상을 드러낸다. 그 세계는 불편하지만, 시선을 끌고, 멈추게 하고, 끝내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세계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위시한 제팬팝의 계보 속에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계승자가 아니다. 소비문화와 개인적 이상, 대중성과 내밀함 사이의 긴장을 작품 속에 응축시킨다. Mr.는 1990년대 후반부터 무라카미의 미술 조직 '카이카이 키키'에 소속되어 활동하며, 파리, 뉴욕, 리용 등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아왔다. 그의 시작은 평범한 영수증 뒷면에 그려낸 만화 드로잉이었다. 일상적 감각에서 출발한 예술은 지금, 6미터에 달하는 대형 회화, 설치, 영상 작업으로 확장되었다.
이번 리안갤러리 개인전은 그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첫 기회였다. 대표작 중 하나인 ‘스트로베리 보이스(Strawberry Voice)’는 양갈래 머리를 한 대형 조각으로, 눈동자에 비친 세계와 내부를 채운 오브제들이 감정과 기억, 상상의 근원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을 담은 영상 작업 ‘Nobody Dies’, 평면 회화와 드로잉, 판화, 사진까지 다채로운 매체의 작업이 함께 소개되었다. 이는 단순히 작가 개인의 세계라기보다, 일본 현대미술이 어떻게 하위문화와 고급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의 미적 지형을 넓혀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예시였다.
Mr.의 세계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무력감, 욕망, 순수에 대한 처절한 갈망이 얽혀 있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히 귀엽고 밝은 것이 아니라, 불안하고 찬란하며 심리적이다. 그 세계를 따라가며 아트보이는 한 문장을 떠올렸다. "아트보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르기 위해 진다." Mr.의 소녀들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는 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무엇인가가 다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전시는 그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전조이자, 현대미술이 감정, 문화, 시대를 어떻게 조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렬한 응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