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학고재 갤러리. 한옥의 기와와 양옥의 채광이 어우러지는 그 공간은 ‘옛것을 익혀 새것을 만든다’는 철학을 담은 장소다. 바로 이곳에서, 아트보이는 "장환(Zhang Huan)"의 세계를 마주했다. 장환의 작업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그건 차라리, 견디는 것에 대한 시각적 충격이자 무게감 있는 침묵처럼 다가왔다.
쇠가죽 위에 새겨진 부처, 그리고 감정의 불경함 전시장 한쪽에는 찢겨진 부처의 얼굴이 있었다. 그것은 나무도, 돌도, 캔버스도 아닌 쇠가죽 위에 인쇄된 신성함의 파편이었다. 불경하다고 느껴질 만큼, 그의 재료 선택은 대담했고 직설적이었다. 구릿빛 가죽에 새겨진 얼굴은 위엄과 폭력, 숭고와 도살의 감정 사이에서 떨렸다.
장환은 재료와 상징, 이미지와 감정 사이에 "격렬한 긴장(rappport violent)"을 조형해낸다. 그것은 단지 시각적 효과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선의 충격을 통해 감정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재는 결국 감정의 먼지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향의 재로 그린 회화들이 있었다. 그 재는 단지 흙먼지가 아니라, 기억과 사라짐의 결정이었다. 장환에게 재는 죽음이 아니라 종교적 전통과 파괴, 윤회의 순환을 감각화하는 재료다.
그의 회화는 연기처럼 피어오르며, 결국 사라질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라짐이 남긴 흔적을, 회화라는 감각의 표면에서 응시하게 된다. 냉혹한 감각, 그 너머의 생존 본능 장환은 시선을 압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중국에서 뉴욕으로, 다시 상하이로 돌아온 그는 도발을 통해 기억되고, 충격을 통해 전시된다.
하지만 그의 냉혹함은 그저 도발적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히 "살아남기 위한 언어"다. 거대한 권력, 체제, 감시 앞에서 예술가가 감정을 꺼내 들 수 있는 방식 중 하나. “사람이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볼 때 가능하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문장은 장환의 작품 앞에서 다시금 실감된다. 아트보이는 이 전시에서 무언가를 ‘이해’하기보다 ‘견뎠다’. 그의 조형은 감정을 흔들고, 의미 이전에 살아 있는 감각으로 남는다. 재는 결국 먼지가 되지만, 그 먼지 하나하나가 아트보이를 무겁게 붙잡는다. 이것이 바로 장환의 냉혹한 예술이 만들어낸 예술촉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