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보이의 감각으로 마주한 물성의 미학, MEDICOM TOY PROJECT 1/6

ART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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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대단한 녀석을 만났다. 벽처럼 쌓여진 피규어 박스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건 마치 하나의 기운, 혹은 정서의 풍경에 가까웠다. 사람 크기만큼 쌓인 투명 박스 너머, 캐릭터들의 시선이 아트보이를 가만히 응시한다. 아주 오래 전, 스크린 속 어딘가에서 만났던 그 존재들이 이제는 이곳에서 물성으로, 형태로,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다.

피규어는 사물일까, 존재일까. 전시되어 있는 피규어들이 있다. 아스카 랑그레이, 아야나미 레이, 마리, 그리고 신지와 카오루. EVANGELION의 감정적 밀도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피규어들은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감정을 저장한 결정체처럼 느껴졌다.

한쪽에는 AKIRA의 카네다 쇼타로. 정지된 동작 속에 전율을 담고 있는 형상. 붉은 바이크의 잔상까지 함께 보이는 듯한 착각. 이 모든 것은 그저 피규어로 끝나지 않는다. 그곳에는 냄새가 있다. 플라스틱이 가진 감각. 뭔가 손에 잡히는 질감의 레이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아트보이로서 이 공간을 단지 장난감의 세계로 보지 않는다. 이곳은 정서의 집합체다. 수많은 감정이 캐릭터의 표정에 담겨 있고, 그 표정은 다시 보는 이의 기억과 맞닿는다.

MEDICOM TOY의 PROJECT 1/6 숍 스케일은 정확히 감정이 현실로 튀어나올 수 있는 비율이다. 너무 작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고, 너무 크지 않아 감정 안에 넣어둘 수 있다. 이곳에서 피규어는 더 이상 수집 대상이 아니다. 조용한 감정의 아카이브이자, 개인적 우주다. 아트보이는 그것을 바라보며 예술촉감을 느낀다. 그것은 시선의 감정이자, 존재의 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