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KASHIRA WAREHOUSE, Kichijoji. 2010년 9월. 도쿄의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초가을, 아트보이는 우주를 기억하는 원화 앞에 서 있었다.「우주 전함 야마토」, 「은하철도 999」. 이름만 들어도 어딘가 먼 시절, 어두운 방 안 TV 속 빛이 떠오른다. 이번 전시는 일본 SF 만화의 거장, "마츠모토 레이지(Matsumoto Leiji)" 의 1980년대 원화를 소개하는 자리. 59점의 원화와 콘티가 2회에 걸쳐 전시되며, 이후에는 옥션 형태로 세상에 흩어진다.
하지만 아트보이는, 그보다 더 작은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전시된 단색 원화 속 미녀들의 눈빛. 지극히 평면적인 선의 조합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너무나도 입체적이다.
그림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이 전시는 일종의 감정 회수 장치처럼 작동했다. 단지 팬심으로 보는 전시가 아니었다. 그림 콘티 속 한 장면, 짧은 러브 콘티의 대사, 그림자처럼 얇게 덧입혀진 펜의 잉크 잔향.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의 잔류(잔상)" 였다. “너는 지금 어디 있어? 빨리 나를 찾아줘. 다른 누군가 나를 찾기 전에...”
이 문장을 아트보이는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그것은 대사이자 메시지이자, 어쩌면 아트보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감각의 먼지들 전시장을 걷다 눈을 감았다. 그 어둠 속에서 극히 미세한 빛의 먼지 같은 것이 시시각각 사라져갔다. 그것은 기억이었고, 감정이었고, 마츠모토 레이지의 세계에서 퍼져나온 작은 신호였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그 감각은, 아트보이 몸의 어떤 깊은 층을 흔들었다.
아트보이는 이 전시가 단지 ‘작품을 보는 시간’이 아니라 감정이 재생되는 의식의 시간이었다고 믿는다. 그는 '우주를 그린 작가'가 아니라 기억의 우주에서 미세한 감정을 건져낸 예술가였다. 아트보이, 시간의 터널을 걷다. 나는 아트보이다. 그리고 이 날, 아트보이는 우주선도, 철도도 타지 않았지만 시간의 터널 속을 분명히 걸었다. 그 터널의 끝에는 오래된 감정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고, 아트보이는 그것을 조심스레 꺼내어 껴안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건 예술촉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