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있는 어딘가의 장소. 그곳은 현실보다 조금 더 환하고, 조금 더 경쾌하다. 아트보이는 지금, 그쪽을 향해 걷고 있다. 빛은 틀림없이 그곳에 있다. 2010년 가을, 대림미술관. INSIDE PAUL SMITH – his Art, his Photography, his World. 전시 제목 그대로, 그는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세계 전체를 만든다. 그리고 아트보이는, 그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그는 ‘할 수 있는 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긴 데스크, 그리고 싸이클 한 대가 시선을 붙잡는다. 그것은 전시를 위한 오브제이면서 동시에 폴 스미스라는 사고방식의 상징이다.
그가 다루는 색, 구조, 그리고 반복되는 스트라이프. 그 모든 요소들은 하나의 정체성을 넘어, 하나의 철학처럼 공간에 스며 있다. 그는 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것. 그 차이는 기술의 유무가 아니라,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다. 그는 사물을 다른 눈으로 본다. 예술과 기능, 놀이와 진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게 바로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로서의 폴 스미스다.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의 인기를 말해주듯, 전시장에는 인파가 가득했고, 모두가 그의 세계를 ‘체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트보이에게 이 전시는 체험이라기보다, 침투였다. 그의 책상 위의 사소한 오브제, 우연처럼 걸려 있는 포스터와 엽서, 그가 찍은 사진과 수집한 오브제들이 놓인 방식.
그것은 스타일링이 아니라 감각의 전개였다. 그에게 있어서 공간은 머릿속 드로잉의 연장이고, 전시는 그 드로잉을 잠시 '공유하는 장면'일 뿐이다.
폴 스미스는 대단한 기술이나 화려한 연출보다, 평범한 것에 숨겨진 ‘이상한 감각’을 다룬다. 싸이클 프레임의 색이, 빛에 따라 묘하게 발하는 그라데이션처럼, 그의 감각은 계산되지 않은 자유로움에서 출발한다. 아트보이는 그것을 보며 깨닫는다. 예술촉감이란 대단한 상상력이 아니라, 누구도 멈추지 않는 감각에 멈춰 서는 용기라고. 그는 늘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 무엇은 분명히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확실히 말했다. “빛은 틀림없이 그쪽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