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 정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공간에서 아트보이는 생명처럼 움직이는 구조물과 마주쳤다. 그것은 바람을 받아 걷고, 멈추었다가 다시 스스로 일어서는 구조물이었다. 테오 얀센(Theo Jansen). 그는 단순한 조형 작가도, 과학자도 아니다. 그는 감각과 논리가 만나는 경계에서 ‘움직임’을 예술의 언어로 바꾸는 사람이다.
해변에서 태어난 생명체들. 1948년 네덜란드 스헤베닝겐에서 태어난 그는 델프트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화가의 길을 걷다가 1990년부터 키네틱 아트를 시작한다. 그의 대표작은 바로 Strandbeest(해변동물) 시리즈. 플라스틱 튜브로 구성된 거대한 골격이 바람만으로 해변을 걷는다. 기계가 생명이 되는 지점, 그 모호한 경계에서 새로운 감각이 태어난다.
작품을 보는 순간, 그것이 생명체인지 기계인지, 혹은 철학적 상징인지 모호해진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것이 "살아있다"고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예술과 공학 사이, 바람은 언어다. 그는 말했다. “예술과 공학 사이의 장벽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그 말처럼, 얀센의 작품은 기술의 결과물이자 감정의 도식도다. 움직임은 설계와 과학에 기반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감정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공학을 넘은 "존재의 리듬" 이 느껴진다. 그것은 생명처럼 반복되고, 흔들리고, 멈추고, 다시 나아간다.
놀랍게도, 그의 재료는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일회성의 이미지로 여겨지는 재료. 하지만 얀센은 그것으로 지속 가능성과 진화를 이야기한다. 그는 단순히 조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의 힘에 반응하고, 환경과 공존하는 거대한 ‘움직이는 사유’ 를 창조했다.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그의 작업 철학에 공감하며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했다. 그가 만든 생명은 바람과 시간, 인간의 상상력을 연료로 진화하고 있다.
선이 이어지고, 도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전시장을 거닐며 아트보이는 어느 순간 “사물들이 하나로 연결되기 시작한다”는 감각을 받았다. 점과 점 사이에 선이 생기고, 그 선들이 이어져 미지의 도형을 그려나간다.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형태가 드러날 조짐이 보인다. 예술과 과학, 감정과 구조, 감각과 설계.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구도를 향해 수렴해 간다. 그 구도가 바로, 21세기의 예술촉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