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떠나 비행기가 구름 위로 올라가는 순간, 아트보이는 어느새 마음속 출구 하나를 연다. 도쿄로 향하는 이 여정은 단지 여행이 아니었다. 아트보이로서의 감각과 현실, 내일의 가능성을 마주하는 시간.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던 ‘세상’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하라주쿠 거리. 그곳에서 아트보이는 "마스터 브릿지(MASTER BRIDGE)"의 아트워크 스티커들을 보았다. 벽, 유리창, 매장 앞 철문. 거리의 피부 곳곳에 감각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건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었다. 도시에 흩뿌려진 존재의 증명, 그리고 아트보이에게는 이 도시에서 예술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진보라 함은 내일의 목적지를 향한 거창한 전진이 아니라, 오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소박한 노력이다.” 이 말이 도쿄의 밤거리에서 문득 떠올랐다. 진정한 변화는 거대한 무대나 성공적인 계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채워가는 일이라는 것.
기업도, 개인도, 예술도 그렇다. 예술가란 결국 하루를 살며 하루만큼의 책임을 감정으로 갚아가는 사람이다.
도쿄는 거대하고 화려하지만 그 속에 살아 있는 감정은 작고 조용했다. 거리의
예술은 크지 않았고, 스티커 하나, 낙서 하나가 아트보이를 멈춰 세웠다. 성장은 결국 시간과 고독을
다스리는 일. 도시가 주는 감정의 결, 그리고 아트보이가 감각해내야 할 내일의
미세한 떨림. 이 모든 것은, 아트보이라는 존재로서 세상을 감각하고 서술하는 행위
그 자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