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된 한 장면과 마주쳤다. "나얼(NaUl)"의 전시, 제목은 〈Fixed Principle Of My Soul〉. 그 순간, 멈춰 있던 감정 하나가 조용히 되살아났다.
그날의 명동, 조용한 울림. 기억은 어느 오후의 명동이었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얼 동생이 전시회를 한다는데 같이 가자.” 업무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긴 그 시간, 아트보이는 처음으로 나얼이라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마주했다.
전시장의 공기는 조용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명확하게 감정을 발화하고 있었다. 그 감정은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단지 정직한 무게로 마음 한구석을 눌렀다.
사진이란 참 묘하다. 지나간 것을 붙잡으면서도, 그 안에 ‘붙잡을 수 없는 감정’을 다시 불러낸다.
아트보이는 이번에 그때 찍어두었던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보았다. 작품을 보는 시선과 아트보이의 표정, 그리고 그때의 공기까지 담긴 듯한 이미지. 그냥 묵혀두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오늘, 블로그에 그 사진들을 올리기로 했다. 가끔 이곳을 찾아주는 누군가에게 그 감정의 조각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이 "Fixed Principle Of My Soul"인 것을 처음 보았을 땐 무언가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인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작품들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건 "나얼이라는 한 사람의 감정 중심"이자 ‘예술가의 심장’이 뛰고 있는 위치였다.
고정되어 있다는 말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서 그는 사진을 찍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예술은 때로 우연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약속 없는 오후, 지인 한 명의 전화, 혹은 정리 중인 오래된 파일 안에 숨어 있다.
하지만 그런 우연이 우리의 감정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다. 오늘 아트보이에게 그것은 나얼의 전시와, 오래된 사진 몇 장이 전한 울림이었다. 예술가의 심장이 뛰는 그곳에서 아트보이 또한 한동안 멈춰 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