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나카노 브로드웨이. 오타쿠들의 성지이자, 일상의 가장 생생한 문화들이 뒤섞이는 복합 공간. 그곳 한편에 위치한 작은 아트 잡화점, 이름은 Hidari Zingaro.
Kaikai Kiki가 운영하고, 무라카미 타카시가 프로듀싱한 이곳은 단순한 갤러리가 아니다. 그는 이 공간을 통해 예술이 '거창한 전당'이 아닌, 일상 속 감정의 가게’가 될 수 있다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예술은 조용히 작동해야 한다. “공기의 본질적인 성격은 무엇인가? 평소에는 고마움을 모르다가 그것이 희박해지거나 오염되었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그대로 그림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공기 같은 그림을 원하지만, 관심을 얻기 위해선 점점 더 크고 과장된 것들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Hidari Zingaro는 다르다. 작고 조용한 그림,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남는 감정, 그런 ‘예술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는 드문 장소다.
Hidari Zingaro는 예술의 소형화된 마음이다. 여기서는 신인 아티스트의 작품도,
무라카미가 세계 곳곳에서 모아온 컬렉션도 함께 전시된다. 그것은 갤러리의 위계
구조가 아니라, ‘감정의 평등한 배치’로 이루어진 하나의 예술 공동체다.
벽에 걸린 작은 평면, 진열장 안에 있는 소프비(Sofubi) 피규어, 책, 프린트, 굿즈 하나까지. 모두가 ‘삶 속 예술’의 형태이자 메시지다.
그림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 우리는 썰물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밀물처럼 밀려온 그림에 대한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에 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삶은 영원히 그림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NFT, 컬렉터블, 디지털 아트. 이름을 달리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진짜 예술은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조용한 감정의 침전물이다.
Hidari Zingaro는 그 점을 작은 스케일로, 조용한 감도로 알려준다. 아트보이는 그
공간에서 그림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Hidari Zingaro는 우리 모두가 예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예술 자체보다 먼저
일깨우는 장소다. 그건 거대한 조형물보다, 작고 평범한 평면에서 더 잘 드러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