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2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과 야외 공간까지 확장된 디자인과 아트의 생생한 장이 펼쳐졌다. 이곳은 단지 전시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의 실험장이었다. 전시장 안과 밖에서는 회화, 설치, 제품, 구조, 재료, 공간이 끊임없이 혼합되고 해체되며 관객의 사고를 ‘익숙한 미학’ 밖으로 이끌었다.
당신들은 보고 있어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보지만 말고 생각하라. 표면적인 것 배후에 숨어 있는 놀라운 속성을 찾으라.” 이 말은 이번 디자인&아트페어 전체를 가장 압축적으로 요약한 문장처럼 느껴졌다.
디자인은 기능을 말하고, 예술은 감정을 말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두 언어가 서로의 피부를 벗고 새로운 구조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보면서 익숙한 것을 판단한다. 하지만 이 전시의 작품들은 ‘보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을 요구했다.
야외에 설치된 일부 조형물 앞에 섰을 때 아트보이는 문득 몸을 떠올렸다. “뼈는 모든 생물체의 내부구조다. 동작과 에너지가 발원하는 지점은 뼈에 있다.” 그 조각들은 단단한 구조를 품고 있으면서도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움직임의 근원을 드러내는 '뼈' 같은 조형언어였다. 마치 추상조각이 아니라 우리 몸의 감정이 흘러가는 구조를 시각화한 것 같았다.
전시의 인상 깊었던 점은 ‘디자인’의 존재가 단순한 제품이나 실용성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구, 조명, 도자기, 영상 오브제까지. 모든 것이 감각의 순도를 높이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었다. 디자인은 기능을 넘어서 예술의 직관과 구조의 질서를 함께 품은 채 삶과 감정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었다.
관람 동선은 길게 늘어져 있었지만 그 안에서 느낀 감각은 밀도 있었다. 직접 체험 가능한 부스와 눈이 아닌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작품들. 그것은 어느 지점에서 예술보다 더 예술 같고, 디자인보다 더 삶에 밀착된 것이었다. 추상화란, 무의미한 세부를 걷어낸 뒤 남은 정신이다. 그 정신은 이 페어 안에서 구조, 감정, 재료, 형태 속에 살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