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 그 이름을 입에 올릴 때마다 아트보이에게는 도시보다 훨씬 더 정서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뒤셀도르프는 예외적으로 따뜻하고 조용한 감정을 품은 곳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 특히 선명하게 각인된 공간이 있다. 바로 TOYKIO라는 이름을 가진 갤러리이자 카페, 그리고 예술 서점이기도 한 공간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아트보이는 단순히 ‘토이숍’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렸었다. 그러나 TOYKIO는 그 어떤 단일한 정의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합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이다. 커피와 토이, 예술과 책, 대화와 고요가 동시에 놓인 곳. 그것은 마치 미세한 틈 사이로 빛이 스며들 듯, 삶 속 어느 순간에 스르륵 들어와 마음 한구석을 환하게 밝혀주는 장소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은은한 커피 향이 코끝을 감싼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이곳에선 대화의 시작이고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다. 갓 내린 커피를 손에 들고, 매장의 벽면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감상하게 되는 것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단순히 벽에 걸린 그림들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커피 향처럼 공간을 감싸며 머무는 ‘감각’들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대 예술과 스트릿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존재다. 뱅크시(Banksy), JR, 마크 라이덴(Mark Ryden), 세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리키 포웰(Ricky Powell) 같은 이름이 여기선 더 이상 먼 존재가 아니다. 그들의 작품이 프린트 에디션, 책, 그리고 일부 오리지널로 이곳을 채운다. 단지 전시의 공간이 아닌, 일상의 자리에서 예술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그 구성은 TOYKIO만의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TOYKIO의 전시장은 지하에 있다. 무심코 내려가는 계단 아래에서 아트보이는 작은 전환점을 마주친다. 위층이 삶이라면, 아래는 감정의 뿌리 같은 곳. 지하 공간은 어두운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한 예술의 언어를 전한다. 말보다는 이미지, 설명보다는 기운. 그곳은 감정을 말없이 교환하는 공간이자, ‘보다’보다는 ‘느끼다’라는 동사가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는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TOYKIO를 ‘통과지점’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단지 작품을 걸어두는 전시 공간이 아닌, 예술적 커뮤니케이션을 담아내는 실험실 같은 곳. 아트보이도 이곳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다. 한 작품을 바라보며 시간이 지나자, 머릿속은 점점 비워졌고, 생각은 텅 비어갔다. 마치 작품을 통해 아트보이 안에 있던 소음을 걸러내는 정화 장치 같았다.
“똑같은 걸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은 점점 의미를 잃는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비워진다.” TOYKIO를 떠나며 떠오른 이 문장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자극 속에서 이 공간은 의도적으로 ‘멍’해질 수 있는 여백을 허락한다.
TOYKIO의 본질은 ‘토이’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의 토이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그것은 아티스트의 정신이 담긴, 소장할 수 있는 예술이며,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오는 매개체이다. 다양한 디자이너 토이와 한정판 피규어는 이 공간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 책이 있다. 아트북과 독립 출판물, 사진집, 작가 인터뷰가 담긴 인쇄물들이 이곳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TOYKIO의 서가는 일종의 사색의 장소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아트보이는 종이의 질감은 디지털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적 울림을 전한다. 이 모든 것이 이 공간 안에서 하나의 경험으로 통합된다. 커피 한 잔과 예술 감상, 책장을 넘기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삶이 꼭 뭔가를 ‘이뤄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TOYKIO는 그냥 그 자체로 충분하다.
아트보이는 TOYKIO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느꼈다’. 존재의 거리, 감각의 여백. 여기는 예술이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뒤셀도르프라는 도시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미학이었다. 예술은 꼭 박물관이나 거대한 미술관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의 가장 가까운 자리,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친구와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피어난다. TOYKIO는 그러한 예술의 진심을 보여주는 공간이었고, 그 안에서 아트보이는 스스로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아트보이는 지금 어떤 감각으로, 어떤 여백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