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展: 창작의 비밀》 – 유년의 기억을 뒤흔든 붓끝의 기록. 창작자는 시간을 살아간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는, 시간을 재창조한다. 지난 2015년, 아트보이는 다시 한 번 시간의 문을 두드렸다.〈허영만展: 창작의 비밀〉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이 전시는 단지 만화가의 회고가 아니라, 창작이 어떻게 현실을 바꾸고 감정을 흔드는가에 대한 경의(敬意)의 공간이었다.
“그 시절, 내 책상 위엔 늘 허영만이 있었다” 유년시절, 주간지 아이큐 점프를 기다리던 손끝의 떨림을 기억한다. 타짜, 비트, 식객. 그 이야기들은 단순한 만화가 아니었다. 그건 어떤 정서, 어떤 소년기의 풍요로움, 어떤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아트보이도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자 했다. 허영만의 그림체를 따라 그리고, 응모했고, 몇 번은 실렸다. 잡지 한 켠에 이름이 실렸던 그 순간은, 예술이라는 환상의 문턱을 넘어선 첫 번째 마법 같았다.
전시장은 살아 있는 '만화의 육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종이 위에 있었던 만화가 하나의 현실로 확장된다. 허영만 화백은 철저하게 자신의 그림체를 탐구한 장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오리지널 원화, 드로잉 습작, 취재 노트, 스토리보드 등이 총망라되어 단순히 만화를 보는 감상이 아닌, 만화를 빚는 손의 여정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었다.
전시장 한 켠의 드로잉과 손글씨들, 벽면을 가득 메운 설정 메모들은 “창작은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뛰어다니며 맞이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철학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허영만이라는 장르, 그리고 만화의 예술성. 허영만의 작품은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풍경을 만화라는 형식 안에 녹여낸 기록물이다.《식객》이 그려낸 한국 음식문화,《각시탈》이 담아낸 저항의 역사성,《타짜》가 펼쳐낸 인간의 욕망. 이 모든 것은 ‘만화도 예술이다’라는 명제를 완벽하게 증명한다.
그의 드로잉은 사실성보다도 생생한 인물의 호흡을 택하고, 그의 연출은 만화의 리듬을, 영화적 몰입감으로 끌어올린다. 아트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허영만이야말로 ‘만화라는 언어로 한국 현대예술의 가능성을 연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아트보이의 유년을 울린 이름, 그리고 현재진행형. 허영만의 말대로, 이 전시는 "계속해서 작업해나가겠다는 선언"이었다. 화백의 작업은 끝나지 않았고, 그의 붓끝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이면과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그리고 아트보이에게도 이 전시는 작은 회귀였다. 소년이었던 내가 만화를 베껴 그리던 책상, 그 첫 스케치의 숨결, 그 모든 기억이 다시 내 안에 살아났다.
허영만. 그 이름은 이제 하나의 장르다. 그리고 그 장르의 힘은, 단지 스토리와 그림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창작의 마법으로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