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보이 예술촉감으로 읽는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

ART BOY®
By -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썸네일 배너

시계는 쉴 새 없이 시간을 새긴다.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우리 삶도 그렇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도, 무심한 흐름은 우리를 스쳐 간다. 예술은 그 흐름의 갈피를 붙잡아 하나의 장면으로 고정시키는 힘이다. 아트보이인 나는, 그 장면 속으로 뛰어들며 시간의 결을 더듬는다. 리움미술관에서 펼쳐진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이 응축되고 분출되는 지점이었다. 도시의 콘크리트 위에 정제된 언어처럼, 이 전시는 ‘예술촉감’ 그 자체였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이 전시는 '작품'의 전시가 아니다. 감정, 기억, 시간, 구조, 시스템, 텍스트, 공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겹쳐진다. 아트보이는 그 겹침 속에서 자신의 감각을 확인하고, 자신의 존재를 다시 구성한다. 아트보이로서, 이 전시를 단지 '본다'고 말하지 않는다. 느낀다. 걷는다. 마주친다. 흔들린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촉감이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미래의 기억들 LAURENT GRASSO(로랑 그라소), Museum 2 외벽을 감싸는 네온 설치작품 "Memories of the Future". 처음에는 선명한 단어가, 끝으로 갈수록 색이 사라져간다. 시간은 흐르며 희미해진다. 이 작품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미래의 기억에 대해 말한다. 존재하지 않은 기억, 아직 오지 않은 시간. Grasso는 색의 소멸을 통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의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아트보이는 이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시간이란 우리가 붙잡는다고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예술은, 그것을 잠시나마 붙잡아 보여줄 수 있다. 그것이 '예술촉감'의 작동이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패턴의 역설 TSANG KIN-WAH(창킨-와), 창 킨와의 작업은 리움 외벽 유리에 새겨진 정교한 패턴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것은 장식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 새겨진 문장들이 드러난다. 아름다움과 추함, 진실과 허위, 신성함과 불편함. 이 모든 이질적 개념이 뒤엉켜 하나의 무늬를 이룬다. 텍스트를 조형물로 삼아 시각과 언어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아트보이는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그 문장들을 함께 본다. 아트보이와 작품이, 도시속으로 감정이 겹쳐진다. 그 순간의 충돌이 예술촉감이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공간을 해방하는 드로잉 SUN K. KWAK(곽선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양쪽 벽과 천장을 덮은 곽선경의 테이프 드로잉. 그녀는 말 그대로 공간을 '언타이잉(Untying)'한다. 드로잉은 평면이 아니라 구조 위를 흐르고, 천장을 타고 이어진다. 도시는 정해진 동선과 벽으로 구성되지만, 그녀의 선은 그것을 해체하고 새로이 조직한다. 마치 감정의 흐름처럼 자유롭고 유기적이다. 감각이 선이 되고, 선이 다시 공간을 바꾼다. 예술은 그렇게 공간을 '풀어내는' 언어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틈과 틈 사이의 조각 OSANG GWON(권오상), 권오상의 조각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도 우리가 전시라고 기대하지 않은 곳에. 그는 조각을 납작한 사진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동시에 입체의 깊이를 담아낸다. 그의 조각은 포즈와 이미지, 구조와 빛의 기묘한 결합이다. 아트보이는 그 틈에서 질문을 발견한다. 무엇이 조각인가? 무엇이 실체이고 무엇이 표면인가? 그것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다면적이고 분절된 감정들로 구성된 자아. 권오상의 작업은 그 불완전한 실체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구조와 분출 JACKSON HONG(잭슨 홍), 잭슨 홍의 "땀샘(Sweat Gland)"은 구조물이자 풍경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거대한 벽처럼 서 있는 이 작업은 공간을 나누는 동시에 감정을 밀어올린다. 구획은 곧 흐름이다. 아트보이는 이 작품에서 도시의 신체를 본다. 숨 쉬는 구조, 땀을 흘리는 재료, 무언가를 품고 터뜨리는 감정. 예술은 종종 우리를 해부하는 거대한 장치다. 땀샘은 그 내부의 압력을 시각화한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유머와 위장 GIMHONGSOK(김홍석), 김홍석의 작업은 익숙한 조형 언어를 차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메시지를 담아낸다. 제프 쿤스의 풍선강아지, 조엘 샤피로의 인간형 조각. 하지만 그 재료는 쓰레기봉투, 쇼핑백, 골판지 상자. 아트보이는 그 위장된 유머에서 진지함을 본다. 아트보이는 묻는다. 예술의 권위란 무엇인가? 우리가 감탄했던 예술은 진짜 예술인가, 아니면 우리가 믿고 싶었던 것인가? 유머는 때때로 가장 깊은 비평이 된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유물과 비누 MEEKYOUNG SHIN(신미경), 신미경은 고대 유물을 비누로 복제한다. 그것은 정교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비누는 녹는다. 향이 난다. 만질 수 있다. 그녀는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로 진짜의 의미를 되묻는다. 아트보이는 이 작업에서 기억과 역사, 감각과 환상을 본다. 무엇이 보존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믿고 싶어 하는가? 유물은 무게감 있는 과거지만, 비누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현재다. 그 경계에서 예술촉감이 발생한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감정의 아카이브 SOPHIE CALLE(소피 칼), 소피 칼의 "The Husband"는 한 남자와의 사랑과 이별을 기록한 사진과 텍스트의 조합이다. 그녀의 작업은 감정의 아카이브다.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 보편적인 상실을 꺼내 놓는다. 그녀의 사진은 연출처럼 보이지만 진심이고, 텍스트는 사실처럼 보이지만 서사다. 감정은 진실과 허구를 동시에 품는다. 아트보이는 이 작품을 통해 나의 감정도 하나의 예술 언어로 해석될 수 있음을 느낀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시스템으로서의 예술 DIRK FLEISCHMANN(디르크 플라이쉬만), 디르크 플라이쉬만은 전통적 설치가 아닌, '행위' 그 자체를 전시한다. 필리핀의 농장, 탄소배출권, 경제 시스템. 그의 작업은 예술을 시스템의 일부로 만든다. 아트보이는 이 작업이 '전시된 물건'이 아닌 '전시되는 개입'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예술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 선택과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의 네트워크다. 그는 그것을 시각화하지 않고, 발생시키는 데 집중한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

회화의 건축적 확장 Michael Lin(마이클 린), 마이클 린은 리움의 카페 벽면과 강당 바닥에 전통 문양을 그려 넣었다. 그의 작업은 회화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확장한다. 회화는 이제 벽이 아닌, 우리가 걷고 마주치는 공간 속에 존재한다. 아트보이는 그 문양 위를 걷는다. 예술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되는 감각이다. 그 순간, 우리는 회화의 안으로 들어간다. 예술촉감은 그렇게 환경이 된다.

아트보이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의 기억 대표 서브 썸네일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