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이케 토모코의 작업은 조용히 오래 살아남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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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강남. 도시의 층위 사이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숲으로 들어선 듯한 공간. 코노이케 토모코(Konoike Tomoko)의 세계가 그곳에 펼쳐졌다. 전시 제목은 《짐승의 거죽을 두르고, 풀 뜨개질을 하는…》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이미지 묘사가 아니다. 이 문장은 곧 세계관이자 문턱이며, 현실과 상상, 자연과 인간, 살아 있음과 사라짐 사이의 희미하지만 뚜렷한 경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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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오, 늑대, 그리고 ‘사이 존재’들. 코노이케 토모코는 항상 ‘경계’를 다룬다. 그녀의 대표적인 캐릭터 ‘미미오’는 눈송이 같은 흰 털로 뒤덮인 얼굴 없는 원형 생명체다. 사람의 다리를 가진 늑대, 몸체 없이 걷는 소녀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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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완전히 인간도, 완전히 동물도 아닌 존재”로, 태초의 자연과 인간이 뒤섞여 있던 시점, 그 가장 근원적인 감각의 시간대를 재구성한다. 작가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를 지각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구함과 타락 사이, 수호와 욕망 사이에 선 복잡한 감정의 존재들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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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기술로 빚은 환상, 정교함으로 표현한 ‘느낌’. 그녀는 쿠모하다마시(雲肌麻紙)라는 전통적인 일본 종이를 바탕으로 작업한다. 이 종이는 한지보다 질기고 섬세하며, 여기에 먹, 수채, 색연필, 아크릴, 금가루까지 복합적으로 레이어링된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마법진처럼 작동하는 감각의 기록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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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스마. 일본 전통문을 소재로 한 대형 회화들은 공간과 공간, 차원과 차원의 문을 시각화한다. 문은 분리되지 않은 세계를 향한 통로이고, 그 안에는 인간과 동물,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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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어른에게 필요한 우화다. 코노이케 토모코의 작품은 단지 아기자기한 몽환적 환상이 아니다. 그녀는 일본 근대 이후 상실된 자연감각, 핵 이후 일본이 잊고 싶은 기억, 그리고 그 사이를 살아가는 인간의 두려움까지 차분히 직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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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숲과 같다.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고, 그 안에 들면 길을 잃는다. 그 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예술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파격보다 오래가는 것은 환상과 숨결이다” “파격은 그 어떤 자극보다 빨리 무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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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은 반복되면 낡아지고, 충격은 금방 피로해진다. 하지만 코노이케 토모코는 파격이 아닌, 정적 속에서 감정을 되살리는 작가다. 그녀의 작업은 소리치지 않는다. 대신 숲처럼, 꿈처럼, 안개처럼 우리의 감각을 천천히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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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쩌면 가장 오래가는 감정의 방식이다. “거장의 삶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열정과 에너지다.” 코노이케 토모코는 그 열정을 과장하거나 부풀리지 않고, 묵묵한 감각의 언어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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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계는 설명하기보다는 느끼게 만들고, 정의하기보다는 길을 잃게 한다. 이번 전시는 일본 현대예술과 신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가장 전통적인 기술이 정교하게 혼합된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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