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Toys는 시간과 기억을 입은 조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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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은 아트보이에게 낯설었다. 처음 찾는 땅, 기대 없이 출국한 여행길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타오위안 공항은 습한 공기와 함께 ‘다른 도시’의 냄새를 뿜어냈다. 재킷을 벗고 리무진 버스를 타고 도시로 들어섰을 때, 낯선 풍경은 점차 익숙해졌다. 허름한 골목과 반짝이는 쇼핑몰이 공존하고, 일본과도 닮은 질감들이 도시 전반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방인의 시선은 점차 호기심으로, 그리고 어느 순간엔 동질감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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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타이베이 중심부, SHIN KONG MITSUKOSHI 백화점 A8관 7층에서 열린 Hot Toys Gallery 2011. 이른 아침부터 입장 줄이 길게 늘어섰고, 입구부터 설레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피규어를 단순한 장난감이라 치부했던 이들도 여기서는 조용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조각, 회화, 조형예술과 맞닿은 ‘피규어 아트’의 세계는 그저 마니아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건 진지한 현대 예술의 한 단면이자, 새로운 조형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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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배트맨, 엔터 더 드래곤의 이소룡, 터미네이터, 잭 스패로우, 그리고 갓파더의 돈 콜레오네였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스크린 속 인물들이 아니었다. 피부의 질감, 눈빛, 근육의 라인, 의상 재질까지 모든 것이 실제와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인물’이었다. 피규어는 더 이상 캐릭터의 아바타가 아니라, 작가와 팬의 감정이 만나 생겨난 또 하나의 실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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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를 완성한 이들 "JC Hong, Yulli, Kojun, Kim Kyung Ah"그들은 이름만 들어도 경외심을 일으키는 조형 예술의 거장들이었다. 홍진철 이사는 페인터이자 감독으로서, 단순한 채색이 아닌 인물의 감정을 색으로 입혔다. Yulli는 조각을 통해 감정을 빚어냈고, Kojun은 시대를 관통한 슈퍼스타들을 스컬피로 소환했다. 막내 Kim Kyung Ah는 스파이더맨으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그 실력은 결코 신예라 부르기엔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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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가 특별했던 이유는 한국의 피규어 아티스트들이 직접 전시장에 등장해 팬들과 교류하는 사인회와 포토 세션을 가졌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든 손과 그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의 손이 맞닿는 자리, 이보다 더 ‘컬렉터블’한 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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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은 기술을 통해 예술이 된다.” 이는 단순한 도장질과 조립의 문제가 아니다. ‘Hot Toys’가 창조해낸 피규어는 그 자체로 회화, 조각, 공예, 심지어 사진과도 경계를 허문다. 세심하게 계산된 근육 곡선, 의상의 질감, 눈동자에 새긴 빛의 반사까지. 이는 단순한 생산물이 아니라, 한 명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해석하고자 한 예술가의 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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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yuki Takeya는 그런 의미에서 한 장르의 개척자였다. 일본에서 온 전설적인 피규어 아티스트로서, 생물적 상상력과 디스토피아적 질감을 융합한 독자적 언어로 현장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기술과 환상이 하나의 점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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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는 아이들만의 장난감이 아니다. 그것은 수집되고, 해석되며, 영감이 된다. Hot Toys Gallery 2011은 한 문화가 어떻게 세대를 넘나들며 자산으로 진화하는지를 보여준 살아있는 증거였다. 단지 영화 팬, 애니메이션 팬만을 위한 전시가 아니었다. 창작자, 디자이너, 비평가, 그리고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이곳에서 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목격했을 것이다. 문화 콘텐츠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이런 진지한 수집과 표현의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와 창작이 만나는 지점, 그것이야말로 피규어라는 오브제가 ‘21세기 토템’으로 존재하게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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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Hot Toys, 그리고 우리의 가능성. 이번 전시는 단순한 브랜드 쇼케이스가 아니다. 이는 예술의 새로운 분류법이며, 시각예술의 확장이다. 12인치 안에 함축된 조형적 실제감은 이제 현대 예술의 중요한 논거로 기능하고 있다. 조형적 기술과 팬심이 결합된 이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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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만드는 피규어가 전 세계로 수출되고, 또 그것이 도시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미래를 기대하며, 아트보이는 오늘도 아트보이로서의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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