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ihabara Sta.를 나와 거리를 둘러본다. 전광판의 노이즈, 수없이 겹쳐진 레이어, 팝 컬처와 테크놀로지가 엉겨 있는 독특한 공기.
하지만 오늘은 시선보다 몸의 감각이 먼저 반응한다. 아트보이 엄지손가락이 욱신거린다. 어딘가로 이끌리는 듯한 이 미세한 통증은 마치 도시가 내게 “이쪽이야”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지도도 목적지도 없다. 아트보이는 그저 이 감각의 움직임을 따르기로 한다. 논리가 아닌 감각의 방향성, 아트보이 도시 걷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빌딩 숲 골목 안, 다양한 자판기 옆에서 누군가의 낙서와 스티커가 새겨진 예술 흔적을 만난다. 그림인지 메모인지 모를 언어의 파편. 그 앞에서 아트보이는 발을 멈춘다.
그 자판기는 아키하바라가 보여주는 화려함의 뒷면, 잊힌 시간과 손때가 남은
레이어다. 아트보이는 그 위에 아트보이의 감각을 포갠다. 그 낙서는 누군가의
기록이자, 오늘 이 거리를 걷는 아트보이의 연장선이 된다.
아키하바라에서의 예술촉감은 화려함이 아니라 잔여감이다. 진동과 소음, 광고와 피규어 사이에서 아트보이는 사라진 감정을 주워 모은다.
작업실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다. 오늘 이 감각 하나면 충분하다. 엄지의 욱신거림이 알려준 그곳은, 분명히 지금 아트보이의 예술이 시작된 장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