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여전히 생생했다. 겨울과 봄이 맞닿은 공기의 냄새, 건물과 사람, 그리고 차가운 금속성의 거리들이 품고 있는 시각적 요소들은 언제나처럼 기묘한 영감을 자극한다. 그 안에서 아트보이는 도시를 하나의 예술작업처럼 받아들이며, 스스로도 그 일부가 된다. 거리 속에서 그의 감각은 하나씩 열리고, 도시는 그에게 또 다른 예술로 말을 건다.
그렇게 도착한 마크 라이덴의 전시 공간. 외부의 소음을 벗어나 내부로 발을 들인 순간, 공간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생명체처럼 아트보이를 끌어당겼다. 익숙한 듯 처음 보는 작품들이 벽을 따라 줄지어 있었고, 그 속에는 시간의 흔적과 예술적 기운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아트보이는 그 작품들 속에서 마크 라이덴 작가의 집요한 세부 구성, 상징주의적 구조, 그리고 불안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을 고스란히 마주했다. 핑크빛의 몽환적 배경, 고전적 기술 위에 덧입혀진 신비롭고 종교적인 이미지들. 그 모든 것이 마치 동화이면서도 해부학 교재 같고, 동시에 오래된 인간의 꿈과 맞닿아 있었다.
“저 작품 속 어딘가에 마크 라이덴이 실제로 거주하는 방이 있어.” 아트보이는 그렇게 느꼈다. 작가의 존재가 그림 속을 완전히 점유하고 있다는 확신. 작품 하나하나에 투영된 작가의 고통과 미학, 집념과 기이한 미소는 아트보이의 감정을 흔들었다.
아트보이는 처음 마크 라이덴을 접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바로 1991년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 앨범 커버. 당시 그것이 단순한 일러스트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다. 그 커버 속에도 이미 마크 라이덴의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은 묘하게 진해졌고, 작품 앞에 선 아트보이는 더 이상 관람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감응체였다. 자신이 여태껏 왜 이 작가를 직접 마주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작고 묵직한 후회, 동시에 작품을 실제로 마주했음에 대한 경이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전시장은 고요했지만, 작품들은 쉬지 않고 말을 걸어왔다. 무성한 그림자처럼, 예술의 기운은 전시실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아트보이는 눈빛으로 답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마크 라이덴의 그림을 보는 일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적 의식과도 같은 체험이라는 것을. 그 안에는 예술가의 신념, 두려움, 사랑, 집착,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살아 있었다.
그날 아트보이는 더 깊은 예술의 미로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금 작업 테이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에게 이런 그림자 같은 예술의 감흥을 줄 수 있을까? 아트보이는 작품에게 말 없이 속삭였다. “당신을 만나 기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예술은 그렇게 또 하나의 흔적을 남기고, 아트보이는 예술과 그림자처럼 함께 떠났다. 뉴욕의 숨결 위로, 마크 라이덴의 작품들은 여전히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