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관람객들이 전시장 곳곳을 누비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 공존하는 그 장면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예술 퍼포먼스처럼 아트보이의 눈에 비쳤다. 전시된 작품 중 일부는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고, 또 일부는 그저 머무는 듯한 침묵 속에 있었다.
"이 예술 작품을 누가 만들었나요?" 아트보이는 속으로 묻는다. 작품을 보는 사람보다, 작품을 만든 사람의 숨결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트보이가 처음 마주친 건, 불완전한 속삭임이었다. 마치 작품들이 각자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한 채, 관람객의 해석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나 동시에 오래된 예술작품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완성을 품고 전시장의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커다란 흰 캔버스 위로 얹힌 붓질은 아트보이에게 말을 건넨다. 예술은 담기는 대상이 아니라, 담아내는 과정임을 일깨우듯. 아트보이는 그 위에 자신의 감각을 겹쳐가며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전부일까? 아니, 아직 다가 아니다."
프리즈뉴욕에서 전시된 많은 작품들은 예술의 깊이를 묻는 듯했다. 아트보이는 조용히 응시했고, 마음 깊은 곳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이따금 침묵만이 예술에 대한 정직한 반응일 때도 있다. 그래서 아트보이는 말하지 않고, 듣는다. 공간에 깃든 숨소리를, 시선으로 퍼지는 감각을.
예술의 감촉은 아트보이에게 곧 존재의 감촉이다. 그것은 단순한 오브제나 이미지가 아닌, 삶에 가까운 밀도다. 이 감촉을 느끼는 순간, 아트보이는 도시 속에 스며든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예술적 실험장은 아트보이의 내면을 흔들며 새롭게 조형해 나간다.
프리즈뉴욕을 걸으며 아트보이는 오래전 자신의 예술 감촉의 시작을 떠올린다. 초등학교 시절, 거리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따라 그려보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종이를 눌렀던 기억. 그것이 아트보이에게 예술의 시작이자, 감각을 일깨운 첫 경험이었다.
지금 이곳 전시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역시, 그런 자신만의 출발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예술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며, 보이지 않는 공통의 감촉을 공유한다. 비록 예술의 실체를 온전히 알 수 없다 해도, 예술이 주는 울림은 언어보다 더 명확하다.
"예술이 사람에게 도움 되는 게 있나요?"라는 질문에 아트보이는 대답한다. "그걸 모르는 게 자연스러워요. 하지만 예술은, 아무도 버리려 하지 않죠. 그건 예술이 실용을 초월하는 삶의 한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프리즈뉴욕 안에서 아트보이는 외톨이인 듯 외톨이가 아니다. 예술이라는 중력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뿌리가 없는 듯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박혀 있다. 그래서 아트보이는 오늘도 그 뿌리를 따라 예술 생활습관 속으로 조용히 스며든다.
